지리산에 다녀왔다. 양조장 두 곳을 방문하기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간 지리산.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는 지리산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바로 꽃잠막걸리를 마셨던 것.
구불구불한 지리산 자락을 따라 오르고 오르다보면 아주 작고 고즈넉한 옛술도가에 도착한다. 펜션과 양조장을 같이 운영하시는데, 그림같은 곳이다.
꽃잠막걸리는 쌀과 물 그리고 누룩으로만 빚는다 하셨다. 어머니께 전수받은 비법을 유지하며 정성스럽게 빚는 꽃잠. 이름의 뜻은 아주 잘 잤다, 잠깐 자더라도 깊게 잘 잤다는 뜻이자 결혼한 부부가 처음으로 함께하는 잠을 뜻한다.
꽃잠막걸리를 마시면서 옛술도가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이 술 맛이 대표님과 꼭 닮아있는 느낌이었다. 담담하면서도 자신만의 기준과 철학이 있는 맛.
달지 않고 슴슴한 듯 가볍게 넘어가지만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마지막에 톡 쏘는 존재감 있다. 그리고 나서는 언제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게 여운이 끝난다. 빠르게 끝나버리는 끝 맛에 자꾸만 더 마시고 또 마시고 꽃잠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진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감명 깊었던 꽃잠의 맛이었다.
시음잔 하나도 정성을 담아 준비해주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덤덤한 대표님만의 매력이 있다. 아기자기한 이 곳.
안주로는 소금을 준비해주셨다. 독특한 페어링인데 꽃잠과 소금의 어울림은 참 좋았다. 드라이한 술과 소금이 만나면 입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 낸 듯한 단맛의 기운이 느껴진다.
누군가 꽃잠막걸리를 두고 마시기를 고민한다면 강력한 추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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