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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기

전통주 교육기관 가양주연구소의 서울양조장 ‘서울’ 탁주

by 하게하게 2021. 2. 1.

전통주교육훈련기관 가양주연구소에서 서울양조장을 설립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양조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에서는 꼭 기관만의 술을 만든다고 한다. 류인수 소장님께서는 그러한 점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에서도 교육기관에서 술을 직접 만들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언젠가부터 인스타그램에 계속 ‘서울’ 탁주의 게시물이 보였다. 서울양조장 자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 게시물. 옛날 우유를 생각나게 하는 유리병과 빨간 캔뚜껑…. 너무너무 기대되었다. 매일 생활한복을 입고 수업을 진행하시던 소장님과 전혀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서울 탁주는 직접 만든 설화곡이라는 누룩을 사용한다고 한다. 론칭 설명회에서 설화곡을 직접 보여주셨다. 술빚는 사람들은 이 누룩만을 물에 타서 맛을 본다고 한다. 사진 찍느라 정신없었는데, 설화곡 한 자밤 맛을 볼 걸 그랬다. 설화곡은 정말 눈처럼 뽀얗고 고운 가루였다. 쌀에 띄워 만드는 설화곡의 특성이 맛에서도 느껴진다. 목 넘김 후에 아주 고운 입자감이 혀에서 느껴진다. 그것이 설화곡에서 기인한 질감이라고 한다.

쌀은 충북 보은에서 재배한 멥쌀과 전북 김제평야에서 재배한 찹쌀을 사용한다고 함. 일체의 첨가물, 효모, 효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술에서 느껴지는 모든 과실 향은 오로지 쌀, 물, 누룩에서 만들어진 자연의 것이다.

오양주임에도 불구하고 7.5%라는 낮은 알코올 도수로 출시되었다. 이것은 디켄팅 과정을 거치는 서울 탁주의 특성과 연결이 되어있다. 맑은 부분을 먼저 따라내고 하얗게 가라앉은 지게미를 한차례 흔들어 맑은 술에 따라 넣어 섞는 과정. 이 과정을 통해 서울 탁주의 맛과 향이 극대화된다고 한다. 그런데 오양주 원주를 그대로 병에 넣으면 지게미 양이 너무 많아 맑은 술과 지게미 분리가 되지 않는다고.

서울 탁주를 맛보면 왜 우유병을 사용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간다. 그 질감과 맛이 우유의 담백함과 많이 닮아있다. 그렇다고 우유처럼 맑은 느낌은 아니다. 쌀과 설화곡의 질감이 많이 느껴지고 달지 않으며 부드럽다. 알코올 도수가 느껴지는 약간의 쓴맛도 있다. 최근 레이블, 술병과 술맛이 연결되지 않는 제품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더더욱 좋은 느낌으로 와닿았다.

‘서울’은 2021년 2월 3일, 봄이 오는 입춘부터 정식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한국술 바틀샵(#이유있는술집), 강남 신세계백화점, 전통주 전문점 등에서 만날 수 있다고. 기획가 된다면 꼭 맛보길 추천한다. 전통주교육기관에서 만든 술이라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 양조장 판매 가격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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