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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음식

경복궁역 서촌주막 양조장에서 직접 빚은 막걸리 맛보다(feat.홉막걸리, 삼합, 솔막걸리 등)

by 하게하게 2021. 6. 26.

최근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모임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었다.

연락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매우 귀찮기도 했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아서인지 모임 자리에서 종종 경직된 내 모습을 발견한 뒤로 칩거생활을 했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 무려 처음보는 사람들과의 자리를 주도적으로 마련해 모임을 가졌다. (어떤 사람들인지는 조금 더 친해진 후에 공개?)

만남의 장소는 경복궁역 근처에 위치한 서촌주막. 여러 전통 주점 중 그들이 선택한 곳이었다. 나는 서촌주막을 이야기로만 들었던터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서촌주막은 양조장이자 주점이다. 직접 빚은 오리지널 사촌막걸리는 세 가지 버전으로 판매한다. 차이는 알코올 도수. 빚는 방법이 다른지는 여쭈어보지 못해 정확히 모르겠다.

처음 7도 버전으로 시작. 술은 전통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수려한? 주병에 담아 주신다. 그런데 이 병이 생각보다 올드하지 않고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도자기 술병의 장점이자 단점은 술을 얼마큼 마셨는지 가늠이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술을 계속 추가 추가 추가…

들기름 두부전, 감자채전, 들기름 국수로 시작. 이 날 양조장 대표님께서는 술이 온전한 맛을 내지 못하는 상태라고 많이 걱정하셨다.

한 모금 마셔보니 매우 얌전하고 잔잔한 술맛이 느껴졌다. 풍미와 향이 적은 상태라고 걱정하셨는데, 오히려 우리가 선택한 안주의 담백한 느낌과 잘 어울렸다.

술이 잘 익었을 때는 어떨지 매우 궁금했다.

추가로 주문한 삼합. 특이하게 고기를 구워서 주신다. 특히 직접 담그신 김치가 예술이다. 톡 쏘는 맛이 일품. 김치만 있어도 막걸리 몇 병은 마실 것 같은 느낌.

7도부터 시작해 12도? 그리고 원주까지 모두 맛본 후 홉막걸리를 주문. 그런데 술이 없다고 원주을 한 잔씩 가져다 주셨다.

으아니 근데 이 홉막걸리. 엄청 매력적이다. 홉의 복합적인 향과 쌉싸래한 풍미가 쌀 지게미의 실키한 질감과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맛을 만들어낸다.

다음에 오면 홉막걸리 무조건 선주문 하는걸로..

10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다. 코로나 신데렐라들은 황급히 자리를 마무리하고ㅠㅠ 아직 먹지 못한 안주을 주섬주섬 손에 입에 집히는대로 잡아 넣고 마스크를 챙겨 일어났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구매한 술. 이것은 솔잎을 넣어 만든 막걸리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술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안국역에서는 구문초를 샀다. 테라스의 낭만을 내 피와 함께 가져가는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10시가 되면 코로나 신데렐라들이 여기저기서 다 몰려나온다. 택시는 절대 잡히지 않고…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한가득.

집으로 돌아와서는 구문초의 모기퇴치 능력을 확인 & 마무리 맥주 한 잔 하기 위해 테라스에 나왔다.

웃긴건 그대로 테라스에서 잠들어서 새벽에 깨어났단 이야기…

그리고 구문초는 하나로는 안되나봉가. 얌전히 자는 사이 엄청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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